2008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 "must see"

2008. 9. 30. 11:28Favorites

* 2008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 "must see"


○ 누르 앙상블(Nour Ensemble) - 이란/프랑스/9인조/한국 초연


영국에서 발행되는 월드뮤직의 바이블 ‘러프 가이드(Rough Guide)’ 이란 편에 소개된
누르 앙상블의 음악은 “페르시아와 중세 유럽의 그레고리안 성가를 아름답게 탐험하고
있으며 매우 독특한 음악적 경험을 하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란의 존경 받는 작곡가인 크리스토프 레자이가 이끄는 누르 앙상블의 음악 세계는
페트루 구엘훗치(Petru Guelfucci)나 아 필레타(A filetta), 이 무브리니(I Muvrini) 등
이미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남성 중창으로 구성된 코르시카의 폴리포니나
이탈리아 사르디니아섬의 ‘떼노레(tenore)’와는 다른 남성 코러스의 장중함과
아름다움을 들려준다. 또한 이들이 연주하는 악기들과 페르시아 음악은 같은
이슬람 문화권의 다른 국가나 민족과는 확연히 다른 음악 세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페르시아가 유럽과 이슬람 문화 사이의 통로 혹은 융합 역할을 해왔던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번 누르 앙상블의 한국 초연 공연은 기획사나 공연장들의 초청공연의 형태로는
소위 돈 안 되는 예술성 높은 공연이기에 우리 페스티벌과 같은 무대가 아니라면
결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공연이라 여겨지며,
이 보다 더 특별하고 환상적인 음악은 없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 공연일시/장소 : 10.4(금) 오후 4시20분/10.5(일) 오후 6시 40분, 울산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 세쿠 케이타 퀸텟(Seckou Keita Quintet) - 세네갈, 감비아, 이집트, 이탈리아
                                                                   /5인조/한국 초연


세쿠 케이타는 아프리카의 하프라 불리는 코라(kora) 연주의 명인이다.
그는 현재 월드뮤직 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지역 중 하나인 서 아프리카의
음악 강국인 세네갈 출신으로 현재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러피언 재즈 스타일의 깔끔한 연주를 들려주는 이집트 출신 바이올린 주자
새미 비샤이(Samy Bishai), 이탈리아 출신의 베이스 주자 다비드 만토바니(Davide Mantovani)등과 함께 만든 퀸텟이다.

이들의 연주는 진솔하고 전통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서 아프리카 전통 음악에 동시대적인 사운드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편곡이 돋보이는 유러피언 모던 재즈 스타일의 조화를
잘 이루어 내고 있다.

특히 이들의 앨범 <the silimbo passage>에 수록된 ‘Bimo'와 ’Miniyamba'는 대대로
내려온 아프리카의 전설과 구전을 바탕으로 한 곡으로 세쿠 케이타의 코라 연주가
리드를 하는 가운데, 지극히 아프리카적인 멜로디와 소울(soul)을 가지면서도
악기 구성과 편곡에서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아주 완성도 높은 합주를 들려준다.

또한 세쿠 케이타의 여동생으로 이들 밴드의 보컬인 빈타 수소(Binta Suso)의
보이스 컬러는 거침없이 내지르는 샤우트 창법과 스캣(scat)을 자유롭게 구사하면서도
코라, 바이올린, 베이스, 타악기 등 악기들이 만들어 내는 질감과 결을 너무도
잘 살리고 있다.

* tip : 세쿠 케이타의 보컬과 코러스가 덤이기도 하고 각 연주자들이 연주 중간에 펼치는 독주 역시 재즈 스타일과 편성의 특징대로 더 바랄 바 없이 탁월하다.


- 공연일시/장소 : 10.4(토) 오후 6시 50분,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 엘더 모우티뉴(Helder Moutinho) - 포르투갈/4인조/한국 초연


포르투갈 사람들의 감성은 파두( fado)에 다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파두는 지난 200여년 동안 포르투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고, 지금은 포르투갈의
음악과 정서를 이야기 할 때 빠질 수 없는 상징이 되었다.

일단 파두는 슬프고 애절하다. 그리고 서민들의 애환과 정서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물론 1960년대 이후, 포르투갈 현대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카네이션 혁명으로
불리는포르투갈 민주화의 상징적 존재였던 주제 아폰수(Jose Afonso)와
2008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을 장식하는 호드리구 레아웅(Rodrigo Leao)이 이끌었던 마드레드쉬(Madredeus)와 같은 그룹이 추구한 포스트(Post) 파두 음악들은
전통적인 파두가 가진 감성을 살리면서도 그를 뛰어 넘어 클래식과 로큰 롤,
일렉트릭 음악, 탱고, 뉴 에이지 등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함으로써
파두의 경계를 확장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는 미지아(Misia), 베빈다(Bevinda)의 노래들이 TV 드라마 음악에
사용되거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심심찮게 소개되었고, 신세대 파두 가수인
카치아 게헤이루(Katia Guerreiro)와 파두의 퍼스트 레이디로 불리는
슈퍼 스타 마리자(Mariza)의 내한 공연이 있었지만,
남성 파두 가수의 내한 공연은 엘더 모우티뉴가 처음이다.


엘더 모우티뉴의 집안은 모두 파두와 연결되어 있다.
삼 형제 모두가 파두 가수고 형인 까마네(Camane)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남성 파두 가수이며, 동생인 페드로는 스페인 현대 영화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까를로스 사우라(Carlos Saura) 감독의 음악영화 <파두(2007)>에 출연했으며
현재 신세대 남성 파두 가수로 각광 받고 있다.
삼형제 중 둘째인 엘더 모우티뉴는 파두 가수로서 뿐 아니라 파두 음반사와 매니지먼트사를 겸하는 ‘HM musica’의 대표이자 동시에 프로듀서, 작곡가로서 포르투갈 파두 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엘더 모우티뉴의 2004년 앨범 <LUZ DE LISBOA>는 정통 파두 레퍼토리 뿐 아니라
자신이 작곡한 곡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데, 이 곡들의 특징은
파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서정적인 발라드 레퍼토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엘더 모우티뉴의 목소리는 장르와 음악의 형태를 떠나서 최근 들어 본 보컬리스트
앨범 중에서 단연 최고의 중저음 벨벳 보이스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노래 스타일은 파두 가수 본연의 꺾고, 휘감고, 떠는 멜리스마 창법이면서도
슬픔과 애절함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파두의 감성을 잘 절제해서 들려준다는 점에서 파두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가장 적합한 남성 파두 가수가 아닌 가 싶다. 
아마도
 예전에 “Hey"라는 곡으로 세계적인 가수로 인기를 모은 스페인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목소리와 벨벳 보이스가 주는 소위 “삘(feel)”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여성 팬들이라면 엘더 모우티뉴의 공연을 충분히 기대하셔도 좋을 듯하다.


*tip : 파두 가수와 함께 파두 음악의 또 다른 한축을 형성하고 있는 12줄의 파두 기타 즉, 기따라(Guitarra) 연주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히카르도 빠레이라(Ricardo Farreira)가 엘더 모우티뉴의 기따라 반주자로 함께 내한 하는데, 파두의 에센스라 할 수 있으며,
우리의 한과 비슷한 정서인 "사우다지(saudade)"를 한층 더 강조해주는 기따라 특유의

짧은 울림과 애절한 사운드를 제대로 감상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 공연일시/장소 : 10.4(토) 오후 8시 10분, 10.5(일) 오후 5시 20분/울산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